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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규한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등록일 2016-01-28 조회수 722

 

삶의 뿌리를 가꿔주자!

                                                                                                                                                               

 

 

                                                                                                                                                    

 

 배규한 국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최근 세계적으로 좋은 뉴스보다 나쁜 뉴스가 너무 많아 마음이 무겁다. 한국도 100여 년 전 국권을

 

상실할 때나 19년 전 IMF 체제로 갔을 때 이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걱정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저 출산과 자살 문제이다. 인구는 나라의 근본이다. 지

 

금의 인구 추세가 계속된다면 서기 2700년 경 마지막 국민이 숨을 거두고 한국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이라고 한다. 설마 나라가 없어지기야 할까? 인류 문명사를 보면 사라져 간 민족이나 국가는 수없이

 

많다.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고, 자살률은 2003년 이후 13년째 세계 1위라는 불명예를 이어

 

오고 있다. 1990년 인구 10만 명당 7.6명이던 자살률이 2001년 14.4명, 2011년에는 31.7명까지

 

올라 갔다. 2013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2.0명인데, 한국은 29.1명

 

으로, 2위인 헝가리(19.4명) 보다 월등히 높다. 2014년 한국의 자살자 수가 1만3836명이었다니, 하루

 

평균 37.9명, 매일 38분마다 1명씩 자살한 셈이다.

 

 

 

  자살률은 1985년 이후 세계적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인데, 한국은 2000년 이후 오히려 급증하고

 

있으니 예삿일이 아니다.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살할까?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경제적 어려움

 

이라고 하는데, 1990년에 비해 국민 1인당 평균소득은 4배 이상 높아지지 않았는가? 우울증이나 불

 

안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도 중요한 원인인데, 이것은 고령화나 1인 가족 증가와 같은 사회현상과 관

 

련돼 있을 것이라고 한다.

 

 

 

  연령별로 보면 특히 청소년과 노년층의 자살률이 높다. 청소년자살률이 계속 증가하는 것도 문제

 

이지만, 특히 65세 이상 노년층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80명에 달할 정도로 심각하다. 계층별로 보면

 

빈곤층, 소외 계층의 자살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유난히 자살률이 높은 노년층과 청소년, 빈곤층과 소

 

외계층,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은 다른 계층에 비해 삶의 뿌리가 미약하다. 누군가를 보살펴

 

줘야 할 책임, 꼭 이루어야 할 일,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는 인생에 대한 가치나 삶에 대한 애착이 다른

 

계층에 비해 약한 편이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들 모두 사회복지종사자의 서비스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사회복지종사자들이

 

주로 만나서 다양한 어려움을 파악하고 지원하는 대상은 바로 청소년, 노인, 장애인, 빈곤층과 소외

 

계층이다. 사회복지종사자는 그들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안을 제시해 준다.

 

공공복지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하거나 생활지원 등을 해 주기도하고, 재정지원이나 법률지원 등 이들

 

에게 꼭 필요한 각종 사회복지프로그램을 기획하거나 시행한다.

 

 

 

  사회복지종사자는 사회제도나 조직 안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 제도외적으로도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을 할 수 있다. 세파에 시달려 삶을 포기하는 것은 삶의 뿌리가 약하기 때문인데, 사회복

 

지종사자는 기댈 곳 없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의 소외감, 고독감, 무력감 등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느끼

 

며 그들과 호흡을 함께 한다. 단순히 물질적 지원이나 물리적 보호에 그치지 않고, 정서적으로 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거나 삶의 의욕을 되찾게 해 줄 수도 있다. 삶의 뿌리를 튼튼히 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삶의 정체성을 확립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첫째,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 올바른 인식을 가지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구는 태양계에 속해

 

있고, 태양계는 은하계의 일부이다. 은하계는 약 3천억 개의 태양과 같은 항성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주는 약 5천억 개의 은하계로 이루어져 있다. 우주가 형성된 것은 약 150억 년 전이고, 태양과 지

 

구가 생겨난 것은 약 45억 년 전이며, 바다에 생명체가 처음 생긴 것은 약 35억 년 전, 육지에 생명체

 

가 출현한 것은 약 4억 년 전으로 추정된다. 인간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나타난 것은 불과 20만 년

 

전이며, 개인은 한 순간에 불과한 100년도 못살고 간다. 그 넓은 우주에서, 작은 점보다 더 작은 지구에

 

잠깐 머물다 가는 인간은 하찮은 미물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인간은 무한한 우주의 생성과 소멸을 논하

 

며, 엄청난 현대 과학기술 문명을 이룩한 위대한 존재이다. 인간 존재의 신비와 위대함이 그저 놀라울

 

따름인데, 내가 바로 그처럼 신비하고 위대한 존재이다. 명승지에 소풍을 가면 제한된 시간에 모든 걸

 

다 보려고 애쓰는 것처럼, 유한한 삶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고 경이롭고 신비한 세상을 최대한 누려야

 

할 것이다.

 

 

 

  둘째, 지금 내가 어떻게 있는가? 지구의 생명 현상도 신비하지만, 한 개인이 의젓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 온 과정도 놀랍기만 하다. 어떻게 핏덩이 같던 존재가 자라서 문학을 논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예술을 감상할 수 있게 됐을까? 그 과정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도움이 있었고, 지금도 다른 사람

 

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이 나의 존재를 가능케 한 것처럼, 나도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떻게든 도움을 주는 귀한 존재이다. 인간은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기보다 남이 없으면

 

나도 존재할 수 없는 존재이다. 서로 공생관계(symbiotic relations)를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셋째,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종교를 가진 사람은 신에게 더 큰 영광을 드린다는 분명한 삶의

 

목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무신론자라 하더라도 우주의 신비와 자연의 오묘함에 대해 조금만 생각

 

보면,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감사하고, 삶 자체가 얼마나 큰 기쁨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또한 지금

 

자신이 소유하거나 누리고 있는 일들을 하나하나 헤아려 보면 얼마나 많이 소유하고 누리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는 유한한 삶의 기간 동안 신비로 가득 찬 세상에서 보고 듣고 누리는 기쁨을 즐기

 

는 일만 해도 시간이 부족함을 느낄 것이다. 남을 미워하거나 질시하는 일이 얼마나 하찮고 무익한 일인

 

지도 알게 될 것이다.

 

 

 

  이처럼 인간 존재의 본질과 삶의 참 모습에 대한 생각을 체계적으로 내면화할 수 있다면 누구나

 

인생은 정말 소중하게 가꾸어야 할 짧은 순간이며, 어떠한 일이 있어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귀중한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사회복지종사자는 삶을 포기하고 싶은 이들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함

 

으로써 삶의 뿌리를 튼튼히 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삶의 뿌리를 가꿔줄 수 있다

 

면, 사회복지 종사자는 단순한 복지 지원을 넘어 사회의 구조적 기반을 튼튼히 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