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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이청자 한국재활재단 상임고문
등록일 2016-12-21 조회수 1010

 

 

 

공  제  회

 

 

 

 

이  청  자 (한국재활재단 상임고문)

 

 


  

 

  내가 출근할 때 이용하는 전철은 승객이 느슨한 편이어서 거의 매일 경로석을 차지

 

 

할 수 있다. 오늘도 경로석에 느슨하게 앉아 앞에 서 있는 젊은이에게 빈자리에 앉으

 

 

면 어떻겠냐고 권했더니 사양하였다. 몸이 불편한 분이 있어도 자리를 양보하지 않던

 

 

시절에 비하면 교육의 효과는 살기 좋은 사회로 이끌고 있구나 싶어 흐뭇하게 미소로

 

 

화답하는 순간에 남자 분이 옆 자리에 와서 나에게 기대다 시피 커다란 몸을 던지며

 

 

앉았다. 예의가 없는 남자구나 싶었지만 고개를 돌려 모습을 볼 수 없었는데 역한 냄

 

 

새가 풍기기 시작하여, 노숙인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냄새는 점점 짙어지고 머리가 아

 

 

파오며 잡다한 생각이 일어났다. 노숙인은 복잡한 출근시간에 왜 어디를 가는 거야, 이

 

 

동 권리를 왜 내가 탓하지?, 내가 다른 자리로 옮겨가?.... 앞에 서 있던 승객들이 슬슬

 

 

다른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나까지 자리를 옮기면 인권모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

 

 

나님은 나의 못된 생각을 아셨겠지만, 나의 의연한 태도는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은 것 같았다.

 

 

 

 

 

  사회복지실천가들도 우리는 감정노동자라고 한다. 내 기분과 감정 상관없이 타인의 감정

 

 

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통제하는 일을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것을 감

 

 

정노동이라 한다. emotional labor는 1983년 미국 버클리대학교의 사회학교수 알리 러

 

 

셀 혹시드의 “관리된 마음 :인간 감정의 상품”에서 인용되었다고 한다. 감정노동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적지 않은 건강상의 문제와 개인의 심리적 문제(정신적 소진,

 

 

우울증 등) 감정적 격차 (감정적 부조화) 등을 발생시킨다고 한다.

 

 

 

 

 

  내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초년 사회복지사로 일했던 1960 –70년대의 사회복지사

 

 

업은 물질적 제공이 주 업무였고 대상자들도 물질 제공에 만족했다. 그 후 강산이 5번

 

 

바뀌는 동안 사회복지서비스는 물질 측면에서 정신측면으로 기울고, 대상자들도 물질

 

 

만족은 공적 채널을 통해서 얻는다면, 민간 사회복지서비스에서는 정신적 측면에 초점

 

 

을 맞추고 있다. “고객은 왕이다”라고 선전하는 판매업에서의 판매사원은 고객이 원

 

 

하는 상품을 최대한 포장해서 팔면 임무완수이다. 판매과정에서 소위 갑질하는 구매자

 

 

로 인해 역겨움을 참고 친절과 상냥함을 유지하고 이를 위해 감정을 통제하는 노동이

 

 

다. 그러나 사회복지분야에서의 고객인 클라이언트(이용자)에게는 고객이 원하는 것을

 

 

무조건 줄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사회복지에서 기본으로 삼는 인권, 자기결정권, 비밀

 

 

보장, 있는 그대로의 수용, 차별금지 등등이 윤리적 측면에서 부딪치게 된다. 따라서

 

 

감정노동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중에서 사회복지실천가가 가장 위험집단이라 생각된다.

 

 

 

 

 

  사회복지사실천가는 서비스이용자와 함께 발맞추어 일을 이루어가야 함으로 이용자의 감정

 

 

과 사회복지실천가의 감정에 민감해야 한다. 자아효능감을 가진 사람은 감정노동을 잘 수

 

 

한다고 한다. 개인 차원에서 대처능력을 키워야하지만, 이제는 사회복지사실천가가 속한 기관

 

 

이나 단체가 사회복지사실천가의 감정노동을 깊이 인식하고 유용한 대안을 제시해야 할 것이

 

 

다. 정신질환자를 주로 상담하는 정신과 의사들도 자신의 정신건강을 위한 상담을 받

 

 

는다고 한다.

 

 

 

 

 

  현재 단체로 실시하는 사회복지사 보수교육도 중요하지만, 감정노동자인 사회복지실천가를

 

 

위한 개별 프로그램도 마련했으면 한다. 사회복지 관련 단체에서 감정노동자를 위

 

 

해 문화를 접할 수 있는 힐링 기회제공을 하고 있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한국사회복

 

 

지공제회가 공로가 큰 현장 사회복지실천가를 발굴하고 수상하는 것도 격려가 된다. 수상

 

 

자들에게 faceook을 통해 축하 메시지를 남기는 분 중에 몇 명을 선정하여 작은 선물

 

 

을 주겠다는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자신이 수상한 것처럼 기쁨으로 축하할 수 있는 것

 

 

은 자아효능감을 높일 것이다.

 

 

 

 

 

  나보다 다른 사람을 높이는 사회, 내 감정보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존중하는 사회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투견이나 투계를 보며 대리만족하는 민족이 아니라 제비 다리 고

 

 

쳐주는 흥부가 많은 사회가 사회복지실천가들의 긍정의 힘으로 이루어지기를 바란다.